Our Story

2017년 겨울, 시장의 문을 두드리다

2017년 겨울, 디자인 재능마켓이 시장에서 새로운 범주로 IR 피칭을 통해 활발히 투자를 유치하고 플랫폼 기반 서비스들이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던 시기. 디자인 업계 또한 온라인 기반의 의뢰와 공급이 활발해지며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던 흐름 속에서, 처음 로고 디자인 외주를 시작하였습니다.

전문적인 장비나 시스템 없이, 컴퓨터 한 대와 어도비 프로그램 하나로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분석하고, 브랜드의 얼굴이 될 시각적 결과물을 직접 제작하며 실무를 익혀 나갔습니다. 모든 과정은 철저히 시행착오의 반복이었지만,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태도와 감각을 이 시기에 체득하였습니다. 이러한 초기의 경험들은 이후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브랜드 중심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디자인은 실무로 체득하는 언어라고 믿었습니다

디자인을 이론 중심으로 구축해 나가기보다, 현장을 통해 실무를 빠르게 파악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기획자와 제작자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시간이 날때마다 인쇄소 공장을 자주 방문하였고, 실제 산출물의 흐름과 제작 프로세스를 직접 확인하며 디자인의 실행 단계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디자인은 체계적인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하지만, 동시에 프로젝트의 특성과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애자일한 접근 또한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기획에서 디자인, 시제품 산출까지의 전 과정이 분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 아래, 모든 단계를 조율하며 프로세스를 설계해 나갔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흐름을 9가지 핵심 프로세스로 정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앞의 6가지 프로세스는 리서치부터 브랜드 시각화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전략 구조를 담당하며, 뒤의 3가지 프로세스는 브랜드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점검하고 반영해야 하는 실행 중심의 단계로 구성됩니다.

비록 이 9가지 프로세스를 고정된 매뉴얼처럼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매해 변화하는 시장 흐름과 브랜드 트렌드를 반영하며 조율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구축된 프로세스는 이후 '나인프로세스'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철학이자, 나인웍스를 이루는 실무적 근간이 되어주었습니다.

2020년, 나인프로세스의 시작

2020년은 스타트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다양한 초기 창업 모델이 시장에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나인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조직을 출범하였고, 창업 이후에는 여러 예비 창업자와 초기 스타트업의 브랜딩 외주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바운더리에 녹아들게 되었고, 각종 데모데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창업 팀들을 만나며 실질적인 브랜드 구축 사례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은 창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브랜드 전략의 접점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동시에,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소규모 자영업자의 브랜딩도 함께 진행해나가며, 나인프로세스는 스타트업과 로컬 비즈니스 양쪽을 아우르는 종합 디자인 에이전시로 구축되어 갔습니다.

이 시기는 성장에 대한 갈증과 배움의 열정이 가장 크게 교차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주간에는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야간에는 석사 과정을 병행하며 하루에 네 시간 남짓의 수면으로 일상을 채웠습니다. 그렇게 이론과 실무를 오가며 디자인이 시장 안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조건을 하나씩 점검해 나갔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언제나 사람과 구조를 이해하는 일에서 출발한다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현장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언어와 설계 방식은 점차 나인프로세스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2023년, 나인웍스로의 재편과 팀의 시작

2023년, 디자인의 흐름을 개인에서 팀으로 전환하고자 조직을 재편하였습니다. ‘나인웍스’라는 이름 아래 디자이너들이 모여 5인의 브랜딩 에이전시로 구성을 갖추었고, 단일 프로젝트 중심의 외주에서 벗어나 기업 단위의 협업과 대형 행사 전체 디자인 등으로 업무 스코프를 확장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전까지는 1:1의 의뢰 구조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팀 단위의 유기적인 작업 구조를 기반으로, 클라이언트 범위도 스타트업을 넘어 중견 기업과 공공 기관 등 다양한 영역으로 넓혀졌습니다. 브랜드를 해석하고 구축하는 방식도 더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단계로 옮겨졌으며 팀원 각자의 전문성과 스타일은 조직 내부의 색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로컬'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지역 안에서 자생하는 문화, 사람, 장소들이 어떻게 브랜드로 전환될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하면서, 로컬 브랜드와의 협업 및 프로젝트 리서치를 꾸준히 병행해 나갔습니다. 로컬 문화를 시각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역색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라, 그 공간에 축적된 정서와 이야기를 브랜드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임을 점차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조직은 확장되었지만, 여전히 핵심은 '디자인을 실무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나인웍스는 브랜드를 단순히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머무는 환경과 사람을 함께 담아내는 조직으로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2024년, 교육과 관찰의 시선으로 조직을 다듬어가다

2024년, 디자인 실무와 별개로 교육 현장과 심사위원 활동을 병행하며 또 다른 시선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개의 대학교에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기초와 브랜딩 실무를 가르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언어로 설명하고 구조화하는 훈련을 스스로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국내 여러 디자인 콘테스트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배경과 수준의 결과물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보는 시선’에 대한 고찰을 깊이 있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엇을 평가하는가보다 무엇을 보려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 브랜딩이라는 일을 대하는 태도까지 확장되어, 조직 내 디자인 철학을 더욱 단단하게 다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부 활동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AI를 기반으로 한 업무 체계의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획·제안·디자인·자료관리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루틴을 자동화하거나, 보조적인 분석과 문서 작업을 AI로 보완하며 보다 집중력 있는 창작 구조를 정립해나가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설계한다는 일은 시대의 흐름을 해석하고, 그 속의 사람을 이해하며, 조직의 방향성을 한 걸음씩 정리해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인웍스는, 교육과 실무, 기술과 감각의 경계를 오가며 그 방향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디자인은 결국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처음 브랜드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던지게 되는 질문은 늘 같습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요, 디자인은 그 말에 답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형태와 색, 구성과 여백은 단지 보기 좋은 조형이 아니라 그 말을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한 결과이며, 그래서 디자인은 결국 시각의 언어가 됩니다, 누군가의 고백일 수도 있고, 선언일 수도 있고, 약속일 수도 있는 한 문장이 형태로 남는 것, 그게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드 소쉬르는 의미란 기호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맺는 관계 속에서만 탄생한다고 말했습니다, 붉은 선 하나에도 문화가 스며 있고, 둥근 곡선 하나에도 경험이 담겨 있으며, 동일한 형태조차 브랜드마다 다른 톤으로 해석된다는 것을 이해하며, 디자인을 단순한 표현의 기술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구조화하는 작업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기획할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시각을 논하지 않고 언어부터 고민합니다, 브랜드가 세상에 어떤 문장으로 말을 걸 것인지, 그 말이 가진 태도와 속도와 무게를 정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시각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매거진을 연재하고 브랜드의 이야기와 뉘앙스를 말로 풀어낸 후에야 디자인을 시작합니다.

디자인은 예뻐서 시작되는 일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서 출발하는 일이며, 나인웍스는 그 말을 가장 정확하게, 가장 진심에 가깝게 보여주기 위한 구조와 언어, 시각을 설계하는 조직입니다, 디자인은 결국 한 문장의 진심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우리는 그 진심을 시각화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딩은 과정의 정리이며, 도달점을 향해 나아가는 언어와 시각의 재정립입니다.

브랜딩은 단지 결과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수많은 의도를 정리하고 도달점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언어와 시각의 재정립이라고 믿습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어떤 결을 가지게 될지, 어떤 방식으로 기억될지, 그 전체 여정을 설계하는 일이 곧 브랜딩이며, 그 작업은 단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전략과 표현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는 반복의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나인웍스는 단지 ‘디자인을 수행하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 기획과 아이데이션, 언어 자산의 정립, 시각 자산의 구축, 디자인 실행, 패키지 및 인쇄 제작, 출력물 구성, 웹사이트 설계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흐름 전체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완성하는 조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단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브랜드는 어떤 말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정확하게 답하기 위해, 언제나 가장 적절한 프로세스를 브랜드에 대입합니다.


이름을 부르면 떠오르는 브랜드, 그 모든 시작과 끝을 설계하는 조직으로 나아갑니다.
그 변화의 순간들을 맞이하고자 더욱이 노력해나가는 나인웍스입니다.